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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암으로 죽어가고 있다. 라듐 형태의 약만이 아내를 살릴 수 있지만, 제약사는 원가의 10배나 되는 4천 달러를 약값으로 매겨 놨다. 당신은 돈을 빌리려 노력했으나 겨우 2천 달러밖에 모으지 못했다. 제약사에게 당신은 아내가 죽어가고 있으니 약을 싸게 주거나 외상으로 해달라고 애원했으나 거절당한다. 약을 훔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상황.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미국의 심리학자 콜버그는 장 피아제의 인지 발달 이론에 영향을 받아 도덕성 발달에 대한 이론을 제시한다. 그는 도덕적 성숙도가 지적 능력과 병렬적이라고 여겼으며 도덕적 추리과정을 중시했다. 그는 도덕적 딜레마라는 가설적 상황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반응을 조사해 도덕적 단계를 추론할 수 있다고 여겼으며, 도덕성을 각각 인습이전 수준, 인습수준, 인습 이후의 수준 세 단계와 각 단계별 두 단계로 나누어 3수준 6단계라고 명명한다.
1단계는 ‘처벌 회피, 복종 중시’ 단계다. 약을 훔치면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절대 훔치면 안된다는 결론에 이를 경우이며, 나이가 어릴수록 흔히 볼 수 있는 단계다. 2단계는 ‘욕구충족, 거래중시’ 단계인데 더 이익이 되는 것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3단계는 ‘평판, 대인관계 중시’ 단계로 좋은 남편은 아내의 위험을 모른 체 할 수 없기에 약을 훔쳐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는 경우다. 4단계는 ‘법과 질서 중시’ 단계다. 법적 의무와 사회적 질서를 중요시하며, 도둑질을 한다면 사회의 질서가 무너지므로 약을 훔치면 안 된다고 판단하는 것이 해당한다. 5단계부터는 후인습적 수준으로, 성인에게 주로 나타난다. 5단계는 ‘사회계약과 개인의 권리’ 단계로, 사회계약과 개인의 권리 모두를 중시하며 균형을 이루려는 단계다. 약을 훔친 것은 불법이나 생명을 구하기 위함이므로 용서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보편적 윤리 존중’ 즉 6단계인데, 가장 높은 단계로 보편적 양심과 정의에 따라 행동한다. 생명의 가치는 어떤 것보다 존귀하므로 약을 훔쳐야 한다는 결론이 이에 해당한다.
콜버그의 이론은 신선한 발상과 합리적인 설명을 토대로 큰 지지를 받았으나, 여러 가지 한계에 직면한다. 그는 도덕적인 행동보다는 사고에 더 집중했는데, 사실 행동과 사고 간의 상관관계는 상당히 낮다. 또한 제시하는 도덕적 딜레마에 따라 반응이 달라질 수 있고,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하기 쉽다는 점 역시 간과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리고 응답자가 한 단계만 거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단계의 반응을 거칠 수도 있다는 점도 여러 한계 중에 하나다. 하지만 인지 발달과정과 도덕적 판단을 관련지어 설명하고 도덕성을 함양하기 위한 도덕 교육을 표방하며 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무시할 수는 없다. 이는 교육에 있어 여러 방면에 적용될 가능성을 보여주며 오늘날의 도덕교육에 있어서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 박주희
  •  승인 2019.11.1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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