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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7, 동아일보, 임보미 기자

이만수 라오브러더스 구단주(60)는 4일 인천공항에서 귀한 손님을 맞이했다.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 출전하는 라오스 야구 국가대표팀이다. 2014년 라오스에 처음 발을 디딘 뒤 야구팀 창단을 주도한 이 구단주는 라오스 야구협회 설립을 일궈냈고, 라오스 유일의 야구팀인 이들은 국가대표 자격으로 아시아경기까지 도전하게 됐다.
라오스 선수단(총 45명)은 6월 말까지 3주간 한국에서 ‘미니캠프’를 진행한다. 라오스에서는 축구장을 빌려 선을 긋고 연습해야 하는 이들을 위해 이 구단주가 1년 전부터 훈련장을 물색했고 경기 화성시의 지원으로 전지훈련 기회를 얻었다.
6일에는 고교야구 명문 덕수고가 훈련 파트너로 나섰다. 라오스 선수들에게 엘리트 선수들과 하는 훈련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라오스 선수들은 2년 전에도 한국에 방문한 적이 있지만 당시에는 야구 룰도 잘 몰랐던 터라 합동훈련은 꿈도 꿀 수 없었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덕수고 선수들은 라오스 선수들 옆에 나란히 서 손짓, 발짓으로 진지하게 시범을 보였다. 라오스 대표팀 주장 마리완(20)은 “좋은 자세를 배울 수 있었다. 다음에 기회가 생긴다면 함께 훈련하고 경기도 하면 좋겠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지난겨울 이 구단주와 라오스에 동행해 함께 훈련을 하고 돌아왔던 덕수고 포수 권순욱(16)은 “그때는 선수들이 공도 잘 못 잡았는데 정말 많이 늘었다. 저도 가르쳐 줄 실력은 아니라 기본적인 것만 몸짓으로 보여줬다. 이만수 감독님은 늘 칭찬만 해주셔서 재미있게 했다”고 말했다.
2016년 3월부터 라오스 팀을 이끌고 있는 권영진 감독은 “눈빛이 다르다. 말로 아무리 해도 이렇게 한 번 보는 게 더 효과가 있다. 라오스에서는 보고 따라할 사람이 없으니 이해를 잘 못했는데 이번엔 직접 보니 확실히 잘 이해하는 것 같다”며 뿌듯함을 드러냈다.
훈련 내내 라오스, 덕수고 선수를 가리지 않고 파이팅을 불어넣은 이 구단주는 “정말 기적적이다. 공이 오면 발로 차던 아이들이 더블플레이도 하고, 빨리 배우는구나 싶다. 덕수고 선수들 보면서 흉내를 내는데 적응력이 뛰어나다. 지금은 중3 정도 실력인데 한 10년 뒤면 성인 팀하고도 해볼 만하지 않을까 싶다. 훈련에 희생을 하면서 가지고 있는 것을 함께 나눠준 덕수고 정윤진 감독도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라오스 팀은 아시아경기에서 1승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 구단주 역시 “전패할 것은 안다. 하지만 이왕 진다면 한국 팀하고 붙고 싶다. 딴 팀한테 지면 속상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도전이 가능하게 해준 야구팬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아시아경기에 참가하기까지 우리나라 야구팬들의 관심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회식하라고 기부해 주시는 분들, 선크림, 음료도 보내주시고 십시일반으로 도움을 많이 주셨다. 전 야구인으로서 50년간 받기만 했다. 제가 주춧돌만 놓으면 나중에 후배들 때에는 라오스에서 아시아대회도, 세계대회도 여는 시기가 오지 않을까 싶다.”

https://sports.news.naver.com/kbaseball/news/read.nhn?oid=020&aid=0003150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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