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성인비디오(AV) 배우들이 출연하는 ‘성인 페스티벌(2024 KXF The Fashion)’을 두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성인 페스티벌은 일본 av 배우가 신체가 드러나는 옷을 입고 진행하는 팬 미팅 행사다. 이 행사는 작년부터 한국에서도 진행됐다. 서울시 등의 지자체는 이 행사를 금지했으며 여성 단체, 학부모 단체 등의 보수적 단체들 또한 행사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강하게 내고 있다. 행사 반대 측의 핵심 논리는 성 상품화는 사회가 특성 성별에 대한 왜곡적인 시각을 갖게 할 우려가 크며 이는 성차별, 성범죄로도 이어진다는 것이다.
‘성 상품화’의 의미를 명료화할 필요가 있다. 성 상품화는 성적 특성이나 매력을 상품처럼 다루어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이다. 카페에서 용모가 준수한 알바생을 고용하여 손님을 끌어오는 것도 성 상품화이며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K-POP 산업은 성공한 성 상품화의 사례다. 이보다 수위가 높은 성 상품화에는 포르노가 있고 가장 극단에는 성매매가 있다. 결국 성 상품화는 그 자체로 나쁜 것이라기보다는 사회에서 허용할 수위를 합의할 영역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성인 페스티벌은 대중 연예인의 팬 미팅보다는 좀 더 수위 있는 성 상품화로 보인다. 공개된 장소에서 한다면 타인에게 불쾌감을 느끼게 할 수 있으나 행사 참여자들끼리 즐긴다면 누군가가 반대하고 행정기관이 금지할 만한 일은 전혀 아니다.
그런데 행사 반대 측에서는 성 상품화의 정의를 극단 근처 어딘가로 한정하고 있다. 성 상품화가 성차별, 성범죄로 이어진다는 주장도 전혀 근거가 없는 이야기다. 선진국이라 불리는 여러 국가에서는 수위 높은 스트립쇼와 포르노가 합법화돼 있다. 성문화 산업이 어두운 면은 있으나 그 부분은 그것대로 해결할 일이지, 산업 전체를 범죄의 예비행위처럼 치부하는 것은 과한 상상이며 비약이다.
이번 사건은 한국 사회에 아직 성을 지나치게 터부시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음을 보여준다. 극단의 논리로 누군가의 자유를 틀어막지 않는, 성문화의 향유가 떳떳해지는 나라가 되기를 기대한다.
임영석 (경제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