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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3년(고종 20년) 11월 조선은 독일과 조독수호통상조약(朝獨修好通商條約)을 체결했다. 이 조약은 조선이 1882년 미국과 체결한 조미수호통상조약(朝美修好通商條約)에 이어 두 번째로 서구열강과 맺은 국가 간 조약이었다. 그로부터 80년이 지난 1963년 12월 한국인 광부 근로자 247명이 공식적으로 처음 독일로 파견되었다. 한국인 광부의 파독은 1977년 10월까지 총 7,936명의 규모로 이루어졌다.


영화 <국제시장>


2014년 12월 17일에 개봉한 영화 <국제시장>은 2014년 연말부터 2015년 상반기까지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었다. 이 영화는 누적 관객 수를 개봉 10일째 300만 명, 개봉 12일째 400만 명, 개봉 15일째 500만 명을 돌파했다. <국제시장>은 개봉한 지 28일째 되던 2015년 1월 13일에 1,000만 명을 넘는 관객몰이를 해내며 흥행에 성공했다.


윤제균 감독의 <국제시장>은 주인공 덕수(황정민 분)가 한국전쟁과 흥남 철수, 광부 파독, 베트남 전쟁 파병, 남북 이산가족 상봉 등 굴곡과 영욕으로 얼룩진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에서 겪는 인생의 여정을 담아내고 있다. 주인공 덕수는 함경남도 흥남 출신이다. 그는 한국전쟁 당시 흥남 철수 작전 때 아버지(정진영 분)와 여동생 한 명과 생이별을 하고, 어머니(장영남 분)와 동생 두 명과 함께 피난길에 오른다. 그는 고모(라미란 분)가 운영하는 부산 국제시장의 수입 잡화점 ‘꽃분이네’에서 일하면서 아버지를 대신하여 나머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다. 덕수는 어려운 피난 생활에도 가장의 역할을 꿋꿋이 하며 성실한 청년으로 성장한다. 그는 남동생의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파독 광부 모집에 지원하여 합격하고, 머나먼 독일 땅으로 날아가 탄광에서 석탄 캐는 일을 하며 돈을 번다. 독일에서 돌아온 그는 가족의 삶의 터전인 ‘꽃분이네’를 지키기 위해 선장이 되려는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베트남 전쟁의 한가운데로 뛰어들어 목숨을 걸고 사업을 한다. 그는 흥남 철수 당시 헤어진 아버지와 막냇동생을 찾기 위해 남북 이산가족 찾기 방송에 출연하고 마침내 막냇동생과 상봉한다. 윤제균 감독이 말했듯이, 영화 <국제시장>은 한국 현대사의 시대적 아픔을 고스란히 떠안은 ‘가장 평범한 아버지의 가장 위대한 이야기’이다.


1960년대 한국과 서독의 사회경제적 상황과 파독 광부


영화 <국제시장>에서 1960년대 초 한국의 사회경제적 상황이 일부 재현되었다시피, 당시 파독 광부직은 높은 수입을 보장한 일자리였다. 당시 파독 광부의 모집은 실제로 탄광 노동에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고학력 지원자들도 대거 몰려들어 매우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이는 당시 실업률에 대한 정확한 통계 자료는 없지만, 실업 문제, 특히 고학력 실업자 문제가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직·간접적으로 보여준다. 게다가 당시 한국은 전후복구와 경제개발이라는 시급한 과제를 떠안고 있었다. 그에 반해 지구의 반대편에 있는 서독은 1950~60년대 유례없는 경제적 호황을 맞이하면서 노동력 부족 현상에 직면했다. 그래서 서독은 노동력 부족으로 인해 경제성장이 둔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외국인 노동력을 받아들였다. 이와 같은 서독의 사회경제적 상황 속에서 한국인 광부의 인력송출이 이루어졌다.


파독 광부 인력송출 : 한국과 서독의 경제적 윈윈전략(win-win strategy)


당시 파독 광부는 3년 계약 기간에 기술연수생의 자격으로 송출되었다. 그런데 기술연수는 명분에 지나지 않았다. 서독은 저개발국가에 선진 채광 기술을 전수한다는 기술연수라는 명분으로 한국인 광부를 받아들였으나, 실제로는 저임금 단순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서독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한국인의 파독 인력송출은 자국민이 기피하는 소위 3D 업종의 광부 직에서 부족한 노동력을 유연하고 편리하게 충원할 수 있는 유용하면서도 매력적인 수단이었다.


따라서 파독 광부의 송출은 한국과 서독 양국이 서로 이익을 추구한 경제적 과정이었다. 한국은 파독 광부의 송출을 통해 실업률을 낮출 수 있었고, 시급한 경제개발에 필요한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었다. 서독은 한국인 파독 광부의 노동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함으로써 자국의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었다.



▲ 막장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파독 광부의 모습.


참고 문헌

김학선, 홍선우, 최경숙 (2009): 파독간호사 삶의 재조명. In: 한국산업간호학회지, 제18권, 제2호, 174-184.

나혜심 (2012): 독일한인 사회의 형성과 발전. In: 국사편찬위원회 (편): 유럽 한인의 역사(상). (= 재외동포사총서 16). 경기도 과천, 141-166.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2009): 파독 광부·간호사의 한국 경제발전에 대한 기여의 건.

Mattes, Monika (2005): Gastarbeiterinnen in der Bundesrepublik. Anwerbepolitik, Migration und Geschlecht in den 50er bis 70er Jahren. Frankfurt am Main & New York.

Yoo, Jung-Sook (1996): Koreanische Immigranten in Deutschland. Interessenvertretung und Selbstorganisation. Hamburg.


유럽문화학과 김형민 교수 (‘독일문화의이해’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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