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visual

파독 간호 요원은 1959년부터 1976년까지 서독으로 파견된 한인 여성 간호 학생, 보조 간호사 및 간호사를 아울러 가리킨다. 그런데 파독 광부와 달리 파독 간호 요원의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 이는 1950년대 말부터 1966년 1월까지 간호 요원의 파독이 민간 주도로 이루어졌는데, 이 시기에 파독 간호 요원의 정확한 통계 자료가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2008년 10월에 작성한 『파독 광부·간호사의 한국 경제발전에 대한 기여의 건』에 따르면 1960~70년대 파독 간호 요원의 수는 1만 732명에 달한다.


파독 간호 요원의 역사


한인 여성 간호 요원의 파독의 역사는 1966년 3월을 기점으로 크게 두 시기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시기는 1959년부터 1966년 1월까지이다. 간호 요원의 최초 독일 송출은 1959년 12월 민간교류 차원에서 기독교 선교단체인 슈타일러 선교회(Steyler Missionare)의 중개로 이루어졌다. 이때 서독 땅을 밟은 간호 요원은 12명(성인 여성 10명과 학생 2명)이었다. 이 시기에 독일로 건너간 대부분의 간호 요원은 정식 간호 교육을 마친 간호사가 아니라 간호 교육을 받기 위한 간호 학생이었다. 이들은 서독에서 소정의 교육을 마친 후, 경우에 따라서는 바로 간호사 내지 보조 간호사로 일하였다. 1966년 1월까지 많은 한인 여성 간호 인력이 서독으로 건너갔으나, 그에 관련된 기록이 없어 정확한 규모를 파악할 수는 없다.


두 번째 시기는 1966년 3월부터 1976년까지이다. 1966년 3월 독일 마인츠(Mainz) 대학교의 소아과 의사로 ‘파독 간호사의 대부’라고 일컫는 이수길 박사의 주선으로 한인 여성 간호 요원의 대규모 파독이 시작되었다. 그때부터 1976년까지 한국에서 정식 간호 교육을 받은 약 1만 1,000명의 간호 요원이 공식 채널을 통해 인력 수출의 형식으로 파독되었다. 한국 측에서 행정을 주관했던 기관은 한국해외개발공사였다. 서독은 1973년 오일 쇼크와 함께 시작된 세계 경제 불황의 여파로 외국 인력의 수요가 급감하자, 유럽연합회원국을 제외한 모든 노동력 송출 국가의 노동자 취업을 금지시켰다. 그러나 독일 내 한인 여성 간호 요원의 취업은 1976년까지 약 3년간 더 지속되었다.


독일의 전통적인 간호 업무는 직업적 전문성보다는 힘든 육체 노동을 요구하는 간병의 성격이 강했다. 따라서 직업의 선호도가 매우 낮아 간호 인력의 심각한 부족 현상이 두드러졌다. 그에 반해 영미권의 간호 제도를 받아들인 한국에서의 간호 업무는 고급 직종에 속하여, 직업적 선호도가 높다.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한인 여성 간호 요원이 독일에 대규모로 파견됨으로써 독일 간호 업무의 질적 향상을 꾀할 수 있는 전환점을 맞이했다는 평가가 있다. 


서독과 한국의 경제에 이바지한 파독 간호 인력


서독은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 이후 경제 회복을 위해, 국가가 시장의 자율성을 조절하는 ‘사회적 시장 경제(soziale Marktwirtschaft)’ 정책을 채택한다. 이 정책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보편적인 사회 복지이다. 이를 위한 사회적 비용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세금을 납부하는 근로자 층이 있어야 한다. 한인 여성 간호 요원은 ‘손님노동자(Gastarbeiter)’의 신분으로 세금을 납부함으로써 독일 사회 보장의 재원 마련에 일조했다.


한편 파독 간호 요원은 1960~1970년대 한국의 실업률을 낮추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국내로 송금한 외화는 한국 경제 개발에 이바지 했다. 그러나 파독 간호 요원의 임금을 담보로 한국 정부가 서독 정부로부터 차관을 제공받았다는 설은 근거가 없다. 한국에 대한 서독의 차관 제공은 간호 요원의 파독과 상관 없이 진행되었다. 따라서 서독의 차관 제공과 한인 여성 간호 요원의 파독을 직접적이고 결정적인 연결 고리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


참고 문헌

김학선, 홍선우, 최경숙 (2009): 파독간호사 삶의 재조명. In: 한국산업간호학회지, 제18권, 제2호, 174-184.

나혜심 (2012): 독일한인 사회의 형성과 발전. In: 국사편찬위원회 (편): 유럽 한인의 역사(상). (= 재외동포사총서 16). 경기도 과천, 141-166.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2009): 파독 광부·간호사의 한국 경제발전에 대한 기여의 건.

Mattes, Monika (2005): Gastarbeiterinnen in der Bundesrepublik. Anwerbepolitik, Migration und Geschlecht in den 50er bis 70er Jahren. Frankfurt am Main & New York.

Yoo, Jung-Sook (1996): Koreanische Immigranten in Deutschland. Interessenvertretung und Selbstorganisation. Hamburg.




유럽문화학과 김형민 교수 (‘독일문화의이해’ 강의)

첨부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