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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간은 외부에서 에너지를 얻어 살아가는 존재인 만큼 나 이외의 존재와 관계 맺음은 삶의 중요한 문제가 된다. 20대 친밀했던 거주 환경과 인간관계를 벗어나 새롭고 낯선 대학 생활을 위해서는 많은 용기와 에너지가 필요하고 또래와의 관계 맺음은 그런 에너지원의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친구와 관계가 자기 마음처럼 순조롭지 않고 때로는 고통을 주기 때문에 고대부터 철학자들은 어떻게 하면 좀 더 순조롭고 평안하게 우정을 쌓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였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친밀한 철학자 공자(孔子, BC 551년~BC 479년)는 우정에 대하여 어떤 말을 건네고 있을까? 아래는 『논어(論語)』의 첫 구절로 우정에 한 공자의 말이다. 


“친구가 있어 멀리서 찾아와 준다면 참으로 즐겁지 않겠는가! (有朋 自遠方來 不亦樂乎)” 


여기서 친구를 뜻하는 붕(朋)은 주희(朱熹, 1130년~1200년)의 주석에 따르면 동지(同志)이다. 뜻이나 목적이 같은 친구가 시간과 마음을 내어 내게로 와 준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 그것은 단순한 방문이기보다는 나를 동지로 인정하고 뜻을 나누자는 적극적인 몸짓이고 존중받고자 하는 나의 욕구를 채워주는 행위이다. 인간은 타인에게 인정받고 스스로 그것에 만족감을 가질 때 즐겁고 행복한 존재이다. 위의 문장을 통해 만세(萬世)의 철인(哲人)인 공자도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자 했음을 엿볼 수 있다. 가끔 친구에게 끊임없이 인정해 주기를 바라는 자신을 문제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지만 공자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이는 당연한 욕구이다. 다만 진정한 우정은 인정욕구에 있어 서로 인정을 주고받는 호혜의 원칙이 필요하다. 


더불어 『논어』에서 우정을 말할 때 빠지지 않는 글자는 “신(信)”이다. 공자의 제자 증자(曾子)는 날마다 자기를 반성하면서 친구와의 교류에서 믿음의 여부를 살폈다.* 또 제자 자하(子夏)는 친구 간 말에 믿음을 강조하면서 배우는 사람의 덕목으로 삼았다.** 여기서 신(信)은 성실(誠實)함으로 곧 믿음은 정성스럽고 참되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에서 쌓여가는 것이다. 우리는 오랜 친구와 생각 없이 편하게 말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화는 나지만 서로 대화를 통해 무마하고 우정을 지속한다. 그러나 이것이 반복되면 관계에 실금이 가고 굳건하던 우정도 깨지게 된다. 친구와 우정을 어떻게 쌓았는지 돌이켜보면 시간과 노력, 즉 많은 정성을 들였음을 깨닫는데 그 과정에서 기쁨과 즐거움이 충만했음을 알 수 있다. 친구 간 편안함만을 누리려고 하면 우정은 삐그덕거릴 수밖에 없다. 우정은 평등한 관계이고 서로 믿음으로 대하는 상호적 관계로 일방적인 수용을 바란다면 지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우정을 ‘필리아(philia)’로 말하는데 이는 ‘상대방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러한 상태를 서로 인지하고 있는 품성의 상태’를 말한다. 이처럼 친구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가끔 충고(忠告)라는 말의 형식으로 드러난다. 공자의 제자 자유(子游)는 친구 간 충고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빈번하면 우정을 상하게 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좋은 말도 여러 번 들으면 그 진의를 의심하게 될 때가 많다. 더욱이 충고는 내 마음에 충실[忠]하여 타인을 가르치는[告] 말로 뜻이 아무리 선해도 그 말을 들은 친구의 마음은 서운함이 앞설 수 있다. 두서너 번 충고를 건넸음에도 크게 감응하지 않으면 관계가 소원해지는 것을 염려하고 그치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내 마음에 충실히 한 것으로 만족하고 이후 변화의 몫은 친구의 일이라는 경계 지음이 필요하다. 우정은 서로의 경계를 존중하고 그것을 침범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함을 말한 것이다. 


우리는 우정을 통하여 서로를 발견하고 서로에게 없는 덕을 보충하며, 서로 성장하는 경험을 통해 기쁨과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그러니 우정은 삶에 있어 행복의 한 요건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나이와 상관없이 어떤 친구가 좋은 친구인지 경험을 통하지 않고는 알 수 없다. 다만 친구를 사귐에 있어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 것인가 하는 문제만이 나에게 달려있다. 2500년 전  논어 의 우정론은 우정에 관해 모두를 설명하지는 않는다. 다만 좋은 우정에서 얻는 즐거움에 대한 사유를 하게 하고 어떻게 좋은 우정을 만들어 갈 것인가에 대한 도움을 주고 있다. 고전을 읽는 즐거움이 여기에 있지 않은가! 


*『論語』 「學而」 4: 曾子曰 “吾日三省吾信 爲人謀而不忠乎 與朋友交而不信 傳不習乎.”

**『論語』 「學而」 7: 子夏曰 “賢賢易色 事父母 能竭其力 事君 能致其身 與朋友交 言而有信 雖曰未學 吾必謂之學矣”

***『論語』 「里仁」 26: 子游曰 “事君數 斯辱矣 朋友數 斯疏矣”


전인교육원 황정희 교수 ('치유의 행복학'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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