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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D의 “길”이라는 노래의 첫 대목은 이렇게 시작한다.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곳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 우리 사회에 많은 이들이 자신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리라 기대하는 목적지를 향해 걸어간다. 때론 허겁지겁 숨차게 남들이 뛰어가니 자신도 뒤지지 않기 위해 달려가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문득 숨을 고르고 멈춰서 자신이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과연 이것이 진정 원했던 길인지 되묻는다. 잠시 쉴 틈조차 버거워하는 오늘이 점점 쌓이면 자신이 원하고 꿈꾸는 목적지에 안착할 수 있을까? 


‘인격적 만남’은 그리스도교에서 신과 한 인간이 긴밀한 관계를 맺을 때 일컫는 말이다. 그저 마주치는 일시적 만남이 아닌 나와 상대방이 고유한 존재로서 서로를 온전히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마틴 부버(Martin Buber, 1878-1965)는 ‘나와 너’의 관계는 서로가 인격적으로 마주하는 것으로 무엇과도 바꿔질 수 없는 유일한 ‘나’와 대체 불가능한 ‘너’가 깊은 신뢰 속에서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참다운 내면을 발견하기 위해서 ‘나와 너’의 인격적 관계를 맺어야 함을 역설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세상에 둘도 없는 나 자신을 만나는 것, 또한 나만큼이나 소중한 너를 인격적으로 만남으로써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스스로에게 한번 물어보자. 우리는 얼마나 자신을 아끼고 소중하게 돌보는가? 그리고 자신의 내면을 거울처럼 비춰줄 너를 진심으로 받아들이고자 하는가?      


서강은 세계 예수회 대학의 일원으로 로욜라의 이냐시오 교육이념을 공유한다. 이냐시오가 누구인지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세 교회의 분열과 쇄신 안에서 그는 우리가 사는 평범한 세상 안에서 활동하시는 하느님을 찾고 무엇이 그분의 뜻인지 자신의 깊은 갈망을 발견하고자 했다. 그가 평생 치열하게 추구한 방법은 성찰이다. 이냐시오의 ‘성찰’은 교육론에서 인간 경험에 묻힌 여러 의미가 표면으로 떠오르도록 돕는 과정이다. 그리하여 서강의 필수교양 ‘성찰과 성장’에서 <경험-성찰-행동>의 과정을 통해 저마다의 고유한 경험으로부터 출발하여 개인적 숙고와 성찰을 거쳐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돕는다. 이렇게 개인이 겪어낸 고유한 경험을 질문으로 성찰하고 곱씹어 보면서 숨겨진 자아를 발견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외에도 또래 학우들과 다양한 성찰 주제 안에서 숙고하는 협력적 성찰로 사회와 대학이라는 울타리에서 동시대를 공유하는 서로 유사하지만 다른 고민 속에서 상대의 이야기를 깊이 경청하고 자신도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로욜라 도서관 옆을 지나가면 언덕 위에 작은 동상이 서 있는데 바로 이냐시오 성인이다. 그는 500년 전 팜플로나 전투에서 큰 부상을 입고, 자신의 인생이 바뀌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냐시오는 회심을 통해 ‘영신수련’ 기도방법을 직접 체험해보면서 스스로의 영적 성장에 큰 도움을 얻고 여러 이웃 영혼을 돕는 도구로 발전시켰다. ‘회심回心’은 자아(ego)에 치우쳤던 습관적 길로부터 방향을 바꿔 신을 향해 온전히 돌아섬으로 이해된다. 좀 더 자세히 보면 그리스어 “메타노이아”라는 말이 어원인데, 전치사 메타(μετά 뒤에/이면에)와 노이아(noia,νοια, 마음/개념)가 합성된 용어이다. 일차적으로 아는 지식 뒤에 알게 되는 깊은 차원의 것이라고 하겠다. <영성수련>교과에서도 ‘성찰과 성장’의 개인 및 그룹성찰로부터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심화단계로 나아가 더 깊은 차원의 자신을 만나도록 안내한다. 나를 만나는 길의 방법으로 명상을 직접 해보는데, 가만히 눈을 감고 호흡을 의식하면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응시한다. 그동안 겪어낸 수많은 경험과 사건들, 다가올 여러 시험과 과제, 취업과 미래에 대한 불안 등 온통 외부로 쏠린 시선을 내면으로 향하도록 이끈다. 비록 짧은 명상이지만 지금 여기 현재의 나에게 집중함으로써 마음과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이냐시오의 ‘영신수련’에서 추출한 고유한 주제는 그리스도교 신앙을 믿는 이들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열려있다. 강의실에서 단지 지식을 얻고 끝냄이 아니라 자신이 걸어갈 고유한 길 위에서 더 나은 선택을 내릴 수 있도록 격려한다. 현대사회는 이미 복잡다단해지고 세분화되며 점점 빠른 속도로 결과를 내도록 다그친다. 이렇게 바쁘고 쫓기는 흐름일수록 잠시 멈춰서 자신의 내면과 주위를 돌아보는 성찰은 자신이 가는 길이 목적지에 맞는 것인지 가늠할 수 있는 소중한 길잡이가 될 수 있다. 


이미 강조했지만 우리 자신은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하나뿐인 존재이다. 다음 생이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현재 이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며 우리는 함께 그리고 각자 고유한 길을 오늘도 걸어가고 있다. 이 길에서 누구도 아닌 자신을 더 깊이 만나는 노력은 평생 지속될 것이다.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유념할 점은 어린 시절부터 지속된 상대와의 비교, 남을 이겨야하는 경쟁으로부터 초라해진 자신을 비난하고 다그칠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돌봄이다. 이러한 자신에 대한 깊은 이해와 친절은 우리 주위에 존재하는 타자와 만남을 통해 더욱 확장해가며 함께 사는 공동체가 되도록 이끌 것이다. 


인성교육센터 김민호 교수 (‘영성수련’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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