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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ID-19의 여파로 심리상담도 늘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된 탓인지 감염의 위험에도 대면 상담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기저질환 때문에 바이러스로 부터 치명타를 입는 경우처럼 성격 특성 때문에 현 상황이 초래한 상태 불안과 Corona Blue 라고도 부르는 우울감이 위험수위를 넘은 내담자가 상당하다. 견고한 자아상과 자존감 안정성이 결여되고, 특성 불안과 우울적 성향이 있는 경우, 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을 감내하지 못하면 취약하다. 최근 유병률이 높아지는 경계선적 성격(borderline personality)이 특히 그렇다. 


경계선적 성격은 정서 불안정성(emotional instability)과 버림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fear of abandonment)이 특징적이다. 혼자 있지 못하고 관계에 집착한다. 하지만 타인들로부터 무조건적 수용과 공감을 기대해 쉽게 실망하고 관계를 단절하기도 한다. 거절 민감성(rejection sensitivity)이 높아 버림받기 전에 먼저 매몰 차게 돌아서지만 분리불안(separation anxiety)를 이겨내지 못하고 새로운 관계를 찾아 헤매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슬픔, 분노, 절망 등 극단을 오가는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 또한 취약해 충동적이고, 중독과 자해 행동도 빈번하다. 


정신분석이론은 자기-타인과의 관계에서 경험하는 생각과 감정이 심리 내적 표상으로 전환되는 무의식적 혹은 일차적 과정과 이에 대한 대처 혹은 방어기제를 주도하는 이차적 과정으로 성격과 정서증상을 설명한다. 신 정신분석이론인 대상관계이론은 애착(attachment)과 관계성(relatedness)을 인간의 기본 동기로 보고 성격과 자기 감(sense of self)이 관계적 맥락에서 형성 및 유지된다고 가정한다. 성격적 취약성은 애착대상으로부터 만성적으로 경험한 심리적 박탈감 혹은 관계 외상(relational trauma)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따라서 대상에게 느끼는 수용과 공감의 정도에 따라 극적으로 다른 성격적 면모 혹은 자기상태(self-state)를 경험하며 통합되지 않는 자기 감(sense of self)을 보이는 경계선적 성격특성 또한 관계 외상(relational trauma)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초기 애착대상이 제공한 정서적 유대감에 기반한 심리 내적 표상체계는 성인기 친밀한 대인관계에서 경험하는 사고와 정서를 조절하는 과정에 관여한다. 애착대상 (attachment object)과의 관계유지는 생존의 조건이므로 분리나 거절(rejection)에 따른 슬픔과 분노는 일차적으로 억압(repression)된다. 이후 불안과 우울의 원인을 자신에게 돌려 자책하는 투사적 동일시(projective identification)와 같은 이차적, 방어적 기제(psychic defense mechanism)로 부정적인 자기표상(self-representation)과 긍정적인 타인표상(object representation)을 유지한다. 이렇게 애착 욕구 불만족에서 나오는 분노가 자기내부를 향하고, 부정적 자아상을 갖고 있어 경계선적 성격은 우울에 취약하다. 타인에 대한 신뢰와 기대가 무너지는 순간 애착에 연연하는 자신에 대한 자책이 더해져 그렇다. 


대상관계이론은 애착대상과의 분리불안을 원초적불안으로 가정하기 때문에 pandemic으로 인한 상태불안은 경계선 성격 특유의 분리불안을 점화해, 심리적 위협감을 키운다. 정신상태가 와해되는 느낌과 같은 붕괴불안(fear of breakdown)은 공황 발작(panic attack)을 촉발할 수도 있다. 존재 자체가 흔들리는 느낌인 소멸불안(annihilation anxiety)의 출현은 자해와 자살 위험성을 경고한다. 황폐해진 마음에 걸맞은 상태로 신체를 환원시켜 자기 안의 일치감을 얻으려는 치명적 시도를 할 위험 때문이다. Donald Winnicott은 자살시도가 이미 죽은 영혼에 몸을 던지는 절박한 몸부림이라고 했다.


관계의 필연성을 주장해 두 사람 심리학(two person psychology)이라고 불리는 대상관계이론에 따르면 혼자 있는 능력(capacity to be alone)도 중요한 타인으로부터 공감 받은 경험에서 비롯된다. 혼자 있는 동안 내적 잠재력을 발견하고 다양한 역량을 키우는 창의적 경험이 가능하려면 날 것으로 대면하는 생각과 감정에 매몰되지 않아야 한다. 성숙한 정서조절 능력이 필요하다. 고독(solitude)을 경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은 혼자됨을 두려워하는 경계선 성격에게 중요한 치료적 목표이다. 상담에서는 상담자의 공감을 우선으로 정서조절능력을 키우는 데 주력한다. 정신분석에서 치유적 인자로 간주하는 제대로 이해 받는 느낌 혹은 교정적 정서체험(corrective emotional experience)도 공감과 통찰에 기반해 감정을 다스리는 능력을 키워서 얻어진다. 


심리학과 안명희 교수 ('현대심리치료'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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