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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메타버스, NFT, AI 등은 굳이 검색하지 않아도, 매일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오는 주제가 되었다. 우리 대학교도 발 빠르게 메타버스전문대학원을 설립하고 전공 사이의 벽을 허문 융합형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새로운 콘텐츠 시장은 기술군의 융합이 낳은 새로운 매체와 함께 나타난다. 새로운 매체 시장을 이끄는 산업은 엔터테인먼트, 게임, 스포츠, 교육, 광고 산업 등이다. 그리고 이들 산업에서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과 함께, 새로운 매체를 운영하는 사업자와 이 매체에 이용되는 콘텐츠 제작자 사이에 ‘저작권’ 분쟁이 발생한다.


저작권은 인쇄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탄생하였다. 이후 새로운 시장이 나타날 때마다 대규모의 저작권 분쟁이 뒤따랐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원본의 대량 복제가 가능해지고 원본과 무단복제물 사이의 품질의 차이가 없어졌다. 그리고 인터넷의 등장으로 음악 등 문화콘텐츠의 소비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졌다. P2P 기술 등을 이용한 소리바다가 등장하고 오프라인 음반시장은 무너지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음원에 대한 권리를 가진 음반제작사들과 소리바다 사이의 소송이 시작되었고 약 8여 년간의 분쟁 끝에 합의로 마무리되었다. 이후 유튜브에서 UCC에 대한 저작권 침해 문제가 제기되었다. 최근 수년간 넷플릭스 등 국내외 OTT에서 음악의 수요가 크게 발생하자 음악저작권 이용료를 둘러싼 소송이 음악저작권자들과 OTT 사이, OTT와 문화체육관광부 사이에 제기되었고, ‘OTT 음악저작권 대책협의체’, ‘OTT 음악저작권 상생협의체’ 등이 협상을 진행 중이다.


한편 대법원은 그동안 저작권 보호가 힘들었던 게임 규칙이나 예능 프로그램 포맷도 저작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고 판결하였다. 또한, 과거에는 일정 규모 이상의 설비와 전문인력을 확보한 기업만이 문화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개인이나 소규모 기업도 비교적 손쉽게 콘텐츠를 생산하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저작권 침해가 많이 발생한다.


이제 콘텐츠 제작자, 유통업자, 플랫폼 사업자 사이의 저작권 분쟁들은 메타버스 영역으로 옮겨 가기 시작하였다. 주로 엔터테인먼트, 게임, 스포츠, 교육, 광고 분야에서 음악·미술·건축·사진 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콘텐츠와 관련하여 한층 더 다양하고 확대된 형태의 분쟁이 나타날 것이다. 김관기, 박수근, 이중섭 등 저명 작가의 미술작품을 소장한 사람의 허락을 얻은 업체가 위 작품의 NFT를 생성하여 경매하려 하였는데, 위 작품의 저작권자들이 문제를 제기하여 취소한 사례가 있었다. 소장자는 위 작품에 대하여 소유권만 가질 뿐이므로, 저작권자의 허락은 따로 필요하다. NFT는 원본임을 증명하는 것이지 권리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메타버스에서 저작권만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디지털아티스트 Mason Rothschild는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의 대표 상품 ‘버킨백’과 유사한 모양의 가방에 ‘MetaBirkin’이라는 이름을 붙여 OpenSea 플랫폼에서 NFT로 판매하였는데, 상표권 침해와 부정경쟁행위를 하였다고 소송을 당하였다. 메타버스에서의 비즈니스가 성공적일수록 저작권, 상표권, 디자인권, 퍼블리시티권, 부정경쟁행위 관련 소송을 당할 가능성이 커진다.


불과 4~5년 전만 하더라도 ‘저작권’은 경고장을 받은 후에 대처하는 문제였는데, 이제는 사업계획단계에서부터 미리 대처할 문제로 인식이 바뀌었다. 창업을 생각하는 학생 중 졸업 전에 미리 저작권법 강의를 수강해 두려는 학생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럼 무엇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메타버스에서의 저작권 침해소송은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시장에서 발생하는 거대한 이윤을 콘텐츠 제작자와 플랫폼 사업자 등 참여자 간에 어떤 비율로 분배할 것인지를 합의하는 과정의 중요한 일부다. 그러므로 자신이 저작권법상 주장할 수 있는 권리와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을 정확히 알고 있으면, 협상에서 유리한 지위를 차지할 수 있다. 그런데 메타버스에 적용되는 저작권법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재 저작권법은 30여 년 전 디지털 기술과 인터넷의 융합으로 온라인 시장이 출현했을 때 큰 변화를 겪었는데, 이후 유튜브나 모바일 플랫폼 등 새로운 시장이 출현했지만, 기존의 법리가 계속 적용되었으며 이는 메타버스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현재의 저작권법 규정과 판결 및 그 배경이 된 법리와 정책을 이해하고, 사업계획을 세울 때부터 미리 저작권 이용허락을 받을 부분과 나중에 소송으로 해결할 부분을 구별하여 불필요한 분쟁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좋다.


법학전문대학원 박준우 교수('저작권의 이해'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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