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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오늘날처럼 이야기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시대가 있을까 싶다. 소위 레거시 미디어라 불리는 텔레비전, 영화, 출판 등에 더해 네이버 등의 포털사이트, 유튜브, 넷플릭스 등 인터넷과 모바일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이야기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 산업에 뛰어들고자 하는 지망생 역시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야기 산업의 근저에는 언제나 이런 말이 떠돈다. ‘작가는 많은데 작가가 없다.’ 이 말을 다시 풀이하면, 작가라는 사람은 많은데, 정작 잘 쓰는 작가가 없다는 말이다. 


또 다시 이 말을 풀이하자면, 돈을 벌어다 줄 작가는 너무나도 귀하다는 말이 된다. 이렇게 말하면, 다른 한 편에서는 ‘뭐 작가가 고작 돈이나 벌어다 주는 존재라고?’라고 되물으면서 불쾌할 수도 있겠다. 맞다. 작가는 돈이나 벌어주는 존재가 아니다. 어떤 정신적 가치를 보존하고, 전파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야기 산업에 국한시키면 이런 말이 통하지 않는다. 작가란 투자자에게는 투자대비 수익을 안겨주어야 하는 존재이고, 개인으로서는 글을 써서 먹고 살아야 하는 존재이다. 그래서 이런 말도 떠돈다. ‘직장에서는 일을 하고 예술은 집에서 하라.’


고백하자면, 필자는 투자자에게 그리 신통하게 수익을 안겨 준 적이 없다. 때문에 대학원에서 이야기 공부를 하게 됐고, 내 글에 무엇이 문제인가 뼈저리게 반성도 하게 됐다. 그리고 우연찮게 모교의 강단에 서서 이야기 창작 강의를 하게 됐다. 그래서 지금부터, 어떻게 하면 이야기를 잘 쓸 수 있을까에 대해 쏟아내는 말들은, 이야기를 쓰고자 하는 학생들이 필자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남기는 비망록 같은 것이다. 


1. 공모전을 노려라

물론 이야기를 혼자 집에서 묵묵히 쓸 수도 있다. 그리고 고이 책상에 집어넣고, 죽을 때 같이 묻어 달라고 할 수도 있겠다. 카프카가 그랬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의 이야기는 너무 뛰어났기 때문에 세상에 출판되고 말았다. 카프카만큼 뛰어난 이야기를 쓰면 의도와 다르게 세상이 알아주기도 한다. 흔히 이런 사람들을 천재라고 부른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야기를 쓰고자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천재를 꿈꾸는 범재들이다. 따라서 이런 범재들은 인정투쟁을 해야 한다. 내 글을 알리기 위해 안간힘을 다 써야 한다는 뜻이다. 다행히도 세상에는 수많은 공모전이 있다. 대부분의 신인은 이 공모전을 통해 이야기 산업에 나간다. 그리고 그게 저작권을 보호 받고, 정당한 원고료를 받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물론 공모전은 당선 확률이 매우 낮다. 그러나 공모전은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광대한 밤바다에 등대 같은 존재다. 등대 보고 가야 항구에 도착하듯 공모전을 보고 가야 어디든 가 닿게 된다. 설사 공모전에서 떨어지더라도 내 글을 눈여겨 본 제작자가 붙을 수도 있다. 필자 역시 공모전으로 작가생활을 시작했다. 신문방송학과를 나와서 엉뚱하게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글쎄, 공모전을 보고 가다보면 이런 일도 생긴다.


2. 소재는 어떻게 고를 것인가?

누군가 굳이 시간과 돈을 내고 봐야 하는 이야기라면 접근 자체가 달라야 한다. 내가 하는 말이 남도 재미있을 거라는 착각을 버려야 한다. 흔히 이런 사람을 두고 꼰대라고 한다. 나이 들수록 말이 많아지는 이유는 직위와 나이 때문에 젊은이들이 귀담아 들어주는 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습작을 눈여겨 읽어줄 심사위원은 없다. 따라서 당연하게도 내 글을 남에게 읽히고 싶다면 남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소재를 고를 때의 기준은 단 두 개다. 첫 번째, 나를 설레게 할 만큼 쓰고 싶은가? 두 번째, 내가 설레는 만큼 남도 설렐 것인가? 그렇다면 내가 설레는 것은 둘째 치고 남도 설레는 소재는 어떻게 골라야 하는가? 주위를 둘러보라. 최고 흥행 작품들은 해마다 쏟아져 나온다. 작품을 분석해 보고 감각을 익혀야한다.


3. 주제 있는 글을 써라

제발 주제 있는 글을 쓰자. 그러나 대부분의 습작생들은 주제를 잡을 줄 모른다. 이는 그들 탓이 아니다. 초, 중, 고 내내 제대로 주제를 잡고 글을 써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썩어빠진 국어교육 탓이다. 주제는 하나의 주어와 하나의 서술어로 된 문장이며, 작가가 이야기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메시지이다. 내게 창작을 위해 주어진 시간이 정해져 있다고 가정하면 그 중에 1/2에서 2/3는 주제를 궁구하는데 써야 한다. 주제는 이야기에 참신함을 더하고, 이야기의 처음과 끝을 결정한다. 예를 들어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상처를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는 주제가 있다고 치자. 그러면 이 주제로부터 자신의 상처를 들여다보지 않고 방황하던 주인공이 누군가와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상처를 들여다 보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주제에 이야기의 처음과 끝 그리고 갈등 포인트가 이미 들어있는 것이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아주 기본이 되는 글쓰기 원칙을 제시해 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잘 쓰고 싶다면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 작품 보는 것을 좋아해야 한다. 좋은 작품만큼 좋은 선생은 없다. 만약 이야기 보는 일이 지겹다면 다른 일을 찾는 게 좋다. 이야기는 생필품이 아니다. 써놓으면 팔릴 때까지 기다려야한다. 그때까지 버티려면 먼저 이야기를 좋아하길 바란다. 건투를 빈다.


배상민('스토리와캐릭터'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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