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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와비판적사고’를 강의하며 늘 주체성과 현실 인식, 대학생다운 자유와 여유로움, 자율성을 강조했다. 이번 학기에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온라인 강의를 하게 돼 면대면 강의의 여유와 자유로움을 전달할 수 없어 안타깝다. 모두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고, 특히 신입생들은 기대하던 대학 생활의 자유로움과 여유를 접어야 해서 힘들고 짜증도 날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른 힘든 상황은 분명히 종식될 테고, 우리는 비판적으로 사고하며 현 상황에 대처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사람은 청소년기부터 어떤 주장이나 믿음이 참인지 거짓인지 판단하고, 어떤 사건이 원인인지 결과인지 밝혀내고, 어떤 행동이 옳은지 그른지 분별할 수 있다. 이것이 비판적 사고의 시작이다. 그런데 사회는 일반적으로 비판적 사고를 금지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청소년기에 비판적으로 따지거나 이의를 제기하다 상처를 입고 비판적 사고에 회의감을 갖게 되는 사람도 많다. ‘논리와비판적사고’ 강의는 다수가 꺼리는 비판적 사고를 권하는 특별한 수업이다. 무엇보다 교수와 학생이 동등하게 서로 존중하면서 논리 기술을 배우고 익힌다. 연역 논증을 구성하고 타당성과 건전성을 평가하는 법, 귀납 논증을 구성하고 개연성의 정도를 평가하는 법, 행위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법, 오류 논증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법을 배우고 익힌다. 이러한 논리 기술을 바탕으로 학생들은 문학·역사·철학, 정치·경제·경영·사회, 과학·공학·기술·환경, 문화·예술·종교 분야에서 각각 객관적으로 논의할 가치가 있는 주제를 선정하여 토론하고 깊고 넓게 탐구하면서 비판적 사고력을 기른다.


비판적 사고는 명료성, 논리성, 객관성, 개방성이라는 네 필요조건을 갖춘 생각하기이고, 논증을 맥락에 따라 제대로 평가하고, 논증의 배경과 파급 효과까지 추론하는 깊고 넓은 지적 활동이다. 이러한 비판적 사고의 전형은 논증 사례를 구성한 다음, 분석하고 평가하는 작업을 통해 보여 줄 수 있다. 요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세계적으로 퍼지면서 모든 나라 사람들이 위급 상황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바로 지금 여기에서 비판적 사고가 필요하다.


첫째, 코로나바이러스의 특징, 다른 감기 바이러스와 차이점, 독특한 감염 경로와 감염 증상, 치명률의 분포 같은 낱말의 뜻을 명료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에 관한 담론에 나타난 주요 용어의 의미를 전문가의 견해를 참고로 명확하게 이해하고 사용해야 생산적 논의가 가능하다.


둘째, 현 상황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공헌할 논증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연쇄 논증의 사례를 하나 구성하자. “어느 나라이든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제를 개발하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세계적 확산은 종식될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세계적 확산이 종식되면, 세계는 위급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어느 나라이든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제를 개발하면, 세계는 위급 상황에서 벗어날 것이다.” 이 논증은 전제들이 참이라고 가정할 때 결론이 반드시 참이 될 수밖에 없는 추론 형식의 사례여서 타당하다. 이것이 논리성의 핵심이다.


셋째, 타당한 논증의 결론이 객관적으로 참이라는 보장은 없으므로, 논증에 나타난 전제들이 사실에 비추어 참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위에서 제시한 논증의 전제 1은 참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현재 여러 나라에서 치료제를 개발하여 세계 여러 나라에 제공할 것이라고 실제로 공언하고, 그때 감염증의 세계적 확산이 종식될 것임은 과거 경험에 비추어 참일 개연성이 매우 높다. 전제 2도 전제 1과 비슷한 방식으로 참일 개연성이 높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면 해당 논증은 전제들의 참이 결론의 참을 객관적으로 보장하므로 타당하면서 건전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소망 사고와 거짓 정보가 아니라 현실적 예측과 참 정보에 근거하여 전제들이 참인지 판단하는 것이 바로 객관성의 핵심이다.


넷째, 개방성이 비판적 사고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보자. 앞에서 제시한 연쇄 논증 사례를 타당하고 건전하다고 평가했으나, 절대적으로 건전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전제가 거짓일 수 있는 반례를 사실에 비추어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전제 1은 치료제가 개발되어도 개발한 나라가 이익을 위해 치료제의 가격을 턱없이 높게 책정하거나 아예 다른 나라에 치료제를 팔지 않을 때 거짓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반례를 기꺼이 검토함으로써 우리는 개발된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제가 특정 기업이나 나라의 이윤 추구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에 미리 대처할 수 있다.


이렇게 개인은 네 필요조건을 충족한 비판적 사고를 수행함으로써 현실에 맞닥뜨려 주체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비판적 사고의 주체는 바로 ‘나’이다. 세상에 무수히 존재하는 ‘나’는 드넓고 깊이를 다 헤아릴 수 없는 현실의 여러 국면을 저마다 경험하면서 현실 속 대상을 이해하기도 오해하기도 하면서 살아간다. 현실 속 대상을 비판적으로 이해할수록 개인은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 자율성이란 개인이 ‘나’를 내세울 때와 ‘나’를 ‘우리’의 일부로 승인하고 다른 사람이나 사회와 협력할 때를 분별하고, ‘대의’에 따라 ‘나’와 ‘너’, ‘우리’의 조화를 추구할 수 있는 능력이다. 비판적으로 사고하라! 이것은 주체인 ‘나’가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고 자율적 주체로 거듭나기 위해 따라야 할 거의 유일한 지침이다.


대학생이라면 적어도 비판적 사고를 수행한 결과로 얻은 결론에 따라 실제로 행동함으로써 개인적으로 성숙한 사람이 되고, 맞닥뜨린 현실을 조금이라도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비판적 사고의 결과는 절대적 의미로 참이거나 옳다고 단언하지 못한다. 사람은 모두 체력과 인식에서 한계를 지니며, 특히 도덕적으로 나약한 존재인 까닭이다. 하지만 끝없는 비판적 사고는 우리가 현실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는지 따져보고, 명백한 실수를 만회하며, 도덕적으로 더 나은 방향을 찾아 옳게 나아가도록 도울 것이다. 


서상복('논리와비판적사고'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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