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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형 음성 인식 인터페이스를 적용한 시스템이 상용화되고 있다. 음성 인식 인터페이스는 컴퓨터와 대화 방식의 인터페이스를 통해 시스템의 다양한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지능형 에이전트는 음성인식과 자연어처리를 위한 고도의 인공지능 기술이 융합되고 방대한 지식 데이터베이스와 운영 기술이 결합한 서비스다. Google과 Amazon이 그간 축적해 온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데 2014년 세계 최초로 지능형 에이전트를 출시한 Amazon 음성인식 인터페이스 ‘Echo’의 경우 2만여 개의 연동 가능한 제품을 확보하면서 가장 광범위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고 ‘OK Google’이라는 음성인식 인터페이스가 탑재된 Google의 지능형 에이전트, ‘Google Home’은 유일하게 영어, 프랑스어, 이태리어, 스페인어, 독일어, 일본어 중 2개 언어를 선택하면 이중 언어를 동시에 지원하는 선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능형 에이전트는 특히 사람과 유사한 특성, 즉 의인화 요소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일반 가전제품과 현저한 차이가 있다. 의인화란 제품이나 시스템에 인간의 형태나 상호작용 특징을 부여하여 대상을 사람처럼 느끼고 사람같이 대하게 하는 것으로, 영화 ‘her’는 음성 인터페이스라는 의인화 요소를 갖춘 에이전트 서비스인 OS1, 사만사가 인간과 다름없는 대화 능력을 통해 사용자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 사람은 의인화 요소를 갖추고 있는 대상에 감성적으로 관여하게 되고 더 친밀한 관계를 맺게 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는 익숙한 방식으로 대상을 다루고 인터랙션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수반된다. 사용자는 의인화 기법이 적용된 제품을 더 친근하게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과의 사회적 관계를 대신하는 심리적 동기를 충족하기도 한다.

현재 상용화되어 있는 지능형 에이전트는 영화 ‘her’의 사만사의 경우처럼 형태적인 면에서보다 커뮤니케이션 방식에서 의인화 요인을 갖추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곁에 있는 지능형 에이전트는 우리에게 사만사와 같은 존재로 경험되고 있는가?

사람들은 사용하는 제품, 서비스, 시스템에 대해 판단적, 감각적, 관계적 경험을 통해 만족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경험은 총체적이며 맥락적, 주관적 특성을 갖지만, UX 평가지표에서는 사용자가 대상에 경험적 가치를 부여하게 되는 요인에 기능성(사용성, 사용 용이성), 유희성(미적/감성적), 사회적 현존감 등이 있다고 본다. 지능형 에이전트의 의인화 요소에 UX 평가 지표들을 적용해 지능형 에이전트가 사만사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살펴보자.

먼저 기능적인 면에서 상용화되어 있는 지능형 에이전트를 살펴보면 음악재생, 날씨나 뉴스 알람, 일정 설정, 간단한 질의/응답, TV 조작의 용도로 사용되는 것으로 조사되는데 이러한 사용범위는 국가별 사용 조사 결과에서도 큰 차이가 없다. 지능형 에이전트가 아직은 자연어처리를 위한 인공지능 기술의 한계로 인해 단문 형식의 명령어를 처리할 수 있는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지능형 에이전트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사용 만족도가 50%를 넘지 못하는 결과가 나왔는데 가장 큰 불만 요인으로 음성 인식이 제대로 되지 않는 점이 지적되었다. ‘her’에서처럼 사용자와 지능형 에이전트가 대화를 나누고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허용할 수 있는 범위의 시차 내에서 지능형 에이전트가 제공할 수 있으려면 사용자가 구사하는 언어에 대한 음성인식과 자연어처리 기술이 고도화되는 한편 다양한 범주에서 각종 콘텐츠 (음원, 방송, 영화, 교통정보, 지식백과, 스포츠, 음식 등)에 대한 방대한 양의 지식 데이터베이스가 축적되어야 한다.

유희성은 UX 연구에서 중요한 요소로, 사용자가 제품이나 시스템과 상호작용하면서 잠시 모든 것을 떠나 쉬는 상태에 몰입하여 내재된 즐거움을 얻게 하는 기능을 한다. 사용자는 지능형 에이전트와 대화하는 과정에서 농담이나 위트를 통한 본질적인 재미를 통해 유희를 경험할 수 있다. 이러한 즐거움은 만족, 긍정적인 정서와 연결되어 에이전트에 대한 사용자의 감정적 가치를 높인다. 인지된 즐거움은 긍정적인 행동 의도와 사용을 가능하게 하고 인지된 유용성, 태도, 사용 의도에도 영향을 준다. UX 지표 중에서도 유희성은 주관적 성향이 강한 특징이 있지만, 유희성이 사용자 만족에 미치는 미세하고도 정서적인 측면을 고려한다면 지능형 에이전트의 기능상 업그레이드에 못지않게 유희성을 제고할 수 있는 요인을 인문학적 관점에서 탐구하여 서비스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현존감은 가상의 인공물을 감각 또는 비감각적으로 사회적 실체처럼 경험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실제 인간인 것처럼 아바타나 에이전트에게 반응할 때 사용자는 강한 현존감을 경험하고 있다. 사회적 현존감은 특히 지능형 에이전트나 사회적 로봇에서 중요한데 사람은 지능형 에이전트나 사회적 로봇과 성공적으로 인터랙션 할 때 이 대상들에게 인간인 것처럼 반응하게 된다. 유희성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현존감도 사용자에 따라 주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요인이므로 지능형 에이전트를 디자인할 때 사회적 현존감 요소 적용은 감성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적절하다. 어떠한 맥락에서 사용자가 지능형 에이전트를 실제 인간인 것처럼 여기고 반응하게 되는지 면밀한 사용자 경험 조사를 통해 밝혀내 디자인 시 적용할 필요가 있다.

대화 지원 지능형 에이전트의 자연어 인식 및 처리 등 기능성을 고도화하고 심미적, 감성적 요소인 유희성, 사회적 현존감을 섬세하게 적용하여 디자인함으로써 사용자에게 그 가치가 인지되고 전반적인 만족감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지능형 에이전트가 TV 리모컨에 머물지 않고 사용자에게 친구처럼 여겨지는 특별한 서비스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이다.

  • 심혜린('마케팅PR' 강의)
  •  승인 2019.12.09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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