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visual

공정하지 않은 일에 대해 메시지를 주려 한 것전달 과정 매끄럽지 못한 점은 사과

익명의 학생으로부터 인신공격성 메일 받아매우 유감

수학과 고학번 평가기준 달리할 수 있다이전부터 해오던 관례

강의 태도 개선하겠다학생들도 기본적인 예절과 원칙 지켜주길

 

지난 1일 가을학기 개강과 동시에 컴퓨터공학과 장형수 교수의 이산구조 강의가 학내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다. 장 교수가 강의 시간 내내 언성을 높이고, 비인격적인 방식으로 학생들을 대했다는 증언이 잇따르면서다. 수강생들은 장 교수의 강의 태도가 부적합했으며 이에 대한 강력한 시정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여기에 장 교수의 강의를 이미 수강한 학생들까지 가세하며 갈등은 고조됐다. 이에 공학부 학생회는 수강생들의 증언을 취합, 학과장에게 면담을 요청하는 등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본보는 장 교수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사건의 진위를 확인하는 한편, 장 교수의 해명을 들어봤다.

 

Q. 이산구조 수업이 논란이 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가.

 

학과장(컴퓨터공학과, 김승욱 교수)이 말해줘서 알게 됐다. 그전에는 그런 커뮤니티가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 모 커뮤니티에서 수업 중 발언과 관련해 논란이 불거졌고, 일이 커질 수도 있으니 잘 처신해달라는 당부를 들었다. 알아서 처리하겠다는 말씀을 드렸다.

 

Q. 수업 도중 강의 추가등록을 문제 삼은 이유는 무엇인가.

 

이산구조는 컴퓨터공학과 전공필수 과목이다. 보통 한 반에 50명씩 수강을 해 왔다. 그런데 요즘 해당 학과가 인기를 끌면서 정원을 60명 정도로 늘렸다. 여기에 학과장의 요청을 받아들여 80명까지 증원했다. 그렇게 정규등록을 마무리했는데 24일 이후 추가등록을 요청하는 메일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미리 메일을 보낸 학생들의 신청은 선착순으로 받아줬고 나머지 30여 명의 학생들에게는 학교 방침에 따르겠다는 말을 전한 뒤 신청을 반려했다. 그렇게 했음에도 몇몇 학생들이 학과 사무실에 전화해서 허락을 받아낸 것이다. 결국 회의를 통해 8학기 학생들의 추가등록을 받아주기로 했다. 이 부분이 잘못됐다고 느꼈다.

 

Q. 왜 잘못됐다고 느꼈는가.

 

관점의 차이일 수는 있겠지만, 공정하지 않다고 느꼈다. MZ 세대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공정성 아닌가. 그렇다면 그들 스스로도 공정해야 하는데, 여덟 번이나 메일을 보내는 등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끝까지 매달려서 자기만 예외적으로 해달라고 요청하는 모습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바로 이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또 학교에서 정한 원칙대로 하려는데 자꾸만 추가등록을 요청하는 학생들에 많이 지쳐있었다. 추가등록뿐 아니라 예전부터 유고결석 등 여러 부분에서 꼭 봐달라는 학생들이 많았다. 학생들에게는 한 번씩 던져보는 습관이 있는 듯하다.

 

Q. 수업 준비와 관련해서도 훈계했다고 알고 있다.

 

요즘엔 대부분의 수업이 비대면으로 진행되며 공정성이 중요해졌다. 예를 들어 시험을 어떻게 공정하게 볼 것인가의 문제가 중요해졌다. 작년부터 단체 채팅방에 솔루션이 돌아다니는 등 시험 공정성과 관련해 문제가 많았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손과 옆모습, 화면이 보여야 한다는 줌 가이드라인(그림 1)을 만든 것이다. 하지만 이를 한참 전에 공지하고 수업 시작 30분 전부터 줌 강의실을 열어놨음에도 정시에 들어와 그때서야 카메라 구도를 만지는 학생이 많았다. 대면 강의일 때는 5분 전에 미리 와서 수업 준비를 하지 않는가. 비대면은 왜 달라야 하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이야기해도 지키지 않는 학생이 있기에, 조금 엄하지만 점수를 깎는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그림 1> 장 교수가 지난달 11일 사이버캠퍼스에 공지한 줌 화면 가이드라인

 

Q. 시험이 아닌 평상시에도 가이드라인을 요구한 이유는 무엇인가.

 

수업에 충실하게 임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함이다. 매번 자는 학생, 휴대폰 만지는 학생들이 있다. 가상 배경을 켜 놓기도 한다. 또 하나는, 시험에 닥쳐서 화면 잡는 연습을 하다 보니 늘 문제가 발생했다. 미리 연습하는 차원에서 그렇게 하기로 정한 것이다.

 

Q. 수학과 고학번은 평가기준을 달리하겠다고 한 수업 지침은 사실인가.

 

사실이다. 예전에는 첫 시간에 PPT에 띄워서 공지한 수업 지침인데 이번에는 말로 했을 뿐이다. 물론 지금껏 한 번도 그렇게 한 적은 없다. 하지만 수학과 6학기 이상인 학생들에 한해서는 평가기준을 달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공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산구조는 1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기초교과목이다. 수학과 고학번 학생들에게는 너무나도 쉬운 과목이다. 만약 수학과 학생들이 1등부터 10등까지 했다 치자. 이들에게 다 A 학점을 주는 건 불공평하지 않은가. 또한 학점은 교수의 재량이다. 학생이 이에 문제 제기한다는 일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 답답하고 월권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마음에 안 들면 수강을 취소하거나, 논리적으로 왜 공정하지 못한지 이야기하길 바란다.

 

Q. 익명의 학생으로부터 인격모독성 메일을 받았다는데.

 

수업을 마친 다음날 자고 일어났더니 어떤 학생으로부터 천천히 좀 합시다’ ‘사춘기이신가?’ 등 인격모독에 가까운 말이 담긴 메일(그림 2)이 와 있었다. 좋게 끝내기 위해 채찍과 격려에 감사하다는 메일(그림 3)을 답장으로 보냈는데 반려됐다. 누군가 가짜 계정을 만들고 메일을 보낸 뒤 삭제한 것이다. 수업 중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부분은 인정하지만, 교수에게 익명으로 이런 메일을 보낸 점에 대해서는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익명 메일을 보낸 학생도 마찬가지로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뒤에 숨어서 이야기하지 말고 당당하게 말했으면 좋겠다. 그런 일로 절대 불이익을 주지 않으며, 줄 수도 없다. 그런데도 해소되지 않는 일이 있다면 학교 교무처에 공식적으로 이의제기를 하면 된다.




<그림 2> 2일 새벽 장 교수가 익명의 학생으로부터 받은 메일



<그림 3> 전송이 반려된 장 교수의 메일 본문


Q. 수업 당시 불편함을 느낀 학생들에게 사과할 의향이 있는가.

 

언성을 높인 점에 대해서는 수업 도중에 학생들 앞에서 사과했다. 12시 수업 때는 사과를 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10시 반 수업에서는 하지 못했다. 다시 한번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던 점은 사과한다. 앞으로는 보다 원만한 태도로 수업에 임하겠다. 수업 도중 소리를 지른다든지 ’ ‘자식등의 단어를 다시는 사용하지 않겠다. 대신 학생들도 기본적인 예절과 원칙을 지켜줬으면 한다.

 

한편 이번 논란에 대해 컴퓨터공학과 김승욱 학과장은 차기 학과 교수회의를 통해서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교수님들에게 주의를 당부할 것이라 밝혔다. 장 교수 역시 개선의 뜻을 밝힌 만큼 실제 변화가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현우 기자 terry7835@sogang.ac.kr

첨부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