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생 ‘단독’ 논문 출판의 쾌거를 이룬 최주영(생명과학 13) 동문을 만나다
작성자 서강가젯(Sogang gazette)
작성일 2023.09.01 14:32:08
조회 2,458



  

 최주영(생명과학 13) 동문이 학부 졸업 시 iScience에 낸 논문이 출판되며 학부생 단독으로 논문을 출판하는 쾌거를 이루게 되었다. 서강에서 ‘생명과학과, 생물물리화학과, 수학과’라는 무려 세 개의 전공을 공부하며 전공 지식을 쌓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가설을 세워 단독 연구를 진행한 최주영 동문. 연구 및 논문 출판 과정부터 서강대학교에서의 이야기까지, 그가 전한 이야기를 서강가젯이 담아보았다.

  

  

본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먼저, 서강가젯 독자 분들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강대학교 생명과학과, 생물물물리화학과(학생설계전공), 수학과를 졸업하고 현재는 독립 연구자로 단독 연구를 진행하면서 미국 박사과정 유학을 준비 중인 최주영입니다.

  

  


▲ 최주영(생명과학 13) 동문

  

  

  

동문님께서 학부 졸업 시에 iScience에 낸 논문이 출판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학부생 단독으로 논문을 출판하게 되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본 연구는 지도교수님 없이 제가 직접 가설을 세우고 연구를 설계해서 마무리까지 거의 혼자서 진행했던 연구입니다. 그러다보니 제가 과연 본 분야에 많은 성과를 가지고 생각에도 의미 있는 결과를 얻어냈을지 항상 고민 했었는데 논문 출판 과정, 그리고 출판 이후 현재 활약하시는 학자분들께 인정을 받으며 기뻤습니다. 그와 동시에 아직 공부가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iScience를 포함한 이름 있는 국제 학술지들은 논문 심사 과정 중에 저자 이름과 소속을 숨기고 그 분야에서 현재 활약하는 학자 약 3명에게 평가받는 단계가 있습니다. 여태 혼자 해오던 연구를 해외 학자들이 직접 평가하는 것이다 보니 가장 긴장했던 단계였습니다. 그렇지만 돌아온 심사평에 ‘앞으로의 단백질 결합 분석에 좋은 방법을 제안하여 흥미로운 논문이고 이 결과는 앞으로의 생물학과 의학에 크게 중요할 수 있다’는 등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평가가 많아 제 연구가 의미가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출판 이후에도 국내 정상급 과학자이신 IBS의 구본경 교수님 뿐만 아니라 성균관대의 원병묵 교수님, 김현민 박사님 등 다양한 학자분들이 SNS에서 제 논문을 언급해 주셨고 많은 교수님들과 박사님들로부터 응원의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제 연구 내용에 대해 좋게 평가해주시는 교수님들을 보며 앞으로 더 열심히 잘 해보겠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제 논문에 관심을 가져 주신 덕에 iScience에 실린 약 8천개의 논문 중 최근 한 달간 가장 많이 읽힌 논문 4편중 한 편으로 선정되어 메인 홈페이지에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후속 연구에서는 더 발전시켜보고자 합니다.

  

  


▲ iScience에서 가장 많이 읽힌 논문 4편으로 선정된 최주영 동문의 단독 연구 (23.08.15. 기준, 출처: iScience)

  

  

 반면에 처음으로 연구를 혼자 진행해보며 제가 평생을 공부한다 해도 이 학문의 일부분을 이해하는 것도 힘들 것 같다는 좌절감도 들었습니다. 여러 학문을 공부하다 보니 이도 저도 아닌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정말 쉬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걱정도 늘었고, 유학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출판된 논문의 내용에 대해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단백질 결합은 수많은 생명현상의 기반이 됩니다. 생명현상의 비밀을 풀어보고자 수많은 학자들이 연구하고 있으나 현재까지는 매우 적은 부분만 밝혀냈을 뿐입니다. 많게는 수 억 가지 이상으로도 추정되는 단백질 결합을 빠르게 탐색하기 위해서는 컴퓨터 기반 단백질 결합예측이 필요합니다. 현재까지 가장 정확도가 높은 예측방법은 기존에 밝혀진 단백질 결합에 의존하여 비교하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이는 잘 연구된 생물종이나 단백질 결합에 매우 편향적이고 새로운 단백질 결합을 찾는 데에는 부적합합니다. 이에 물리적 계산을 통한 단백질의 결합을 계산하는 단백질 도킹(Protein docking)을 이용하여 단백질 결합을 예측하고자 하는 시도가 지난 30여 년간 이루어졌으나 정확도가 부족하고 계산력이 너무 많이 소요되어 상대적으로 외면되어 왔습니다. 2011년에는 슈퍼컴퓨터를 활용하여 이 방법으로 단백질 결합을 예측할 수 있는지 시도가 있었지만 너무 많은 계산력을 요구하였고, 정확도가 상대적으로 낮았으며 특히 효소 기질결합과 같은 단백질 결합에서 낮은 정확도를 보였습니다. (Wass et al., (2011))


 저는 단백질 결합이 가지는 생화학적 특징인 특이성(specificity)을 물리적으로 해석하여 단백질 결합에서 좁은 깔때기 모양의 결합에너지 분포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하였습니다. 단백질 도킹 프로그램을 통한 천 여개의 단백질 결합을 분석한 결과 예측이 맞아떨어짐을 확인하였고 이러한 결합에너지 분포를 학습시킨 딥러닝 모델을 이용하여 단백질 결합을 예측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해당 예측은 개인 컴퓨터로도 몇 십분 내로 계산 가능한 정도의 적은 계산 량을 요구하며 가장 널리 쓰이는 단백질 결합 확인 실험방법인 효모-2-잡종법과 비교해 정확도가 비슷하거나 더 높았습니다.

  

  

  

학부생 신분으로 새로운 연구 주제를 연구하는 것에 어려움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는데 그 중 가장 힘들었던 세 가지만 꼽자면 연구 실패에 대한 불안감, 자원과 장비의 부족, 드문 사례에 대한 주변의 시선 걱정이 있었습니다.


 가장 많이 걱정했던 건 연구 실패였습니다. 혼자 연구하다 보니 연구절차와 과정상의 실수나 오류를 못 보고 넘어가면 잘못된 데이터를 발표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혹여나 이미 학계에 어느 정도 알려진 사실을 발표하는 우스운 상황이 생길 수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몇 백 편의 논문, 관련 학회 세미나 영상이나 강의를 끊임없이 공부했고 데이터를 하나하나 검증했습니다. 그래도 저 혼자다 보니 심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특히 저 혼자 연구한 것이다 보니 적당한 논문을 출판하여 결과를 내지 못한다면 제 경력에 공백이 생기는 점도 걱정되었습니다.


 두 번째로는 장비의 부족이었습니다. 제가 제시한 방법은 단백질 도킹을 활용한 단백질 결합 예측방법 중에 계산력을 적게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그렇지만 다양한 단백질에서 이 방법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효과적인 방법임을 입증하기 위해서 천여 개의 단백질 결합을 대상으로 분석을 했는데, 집에 있는 컴퓨터를 3년 가까이 끄지 않고 돌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좀 더 좋은 장비가 있었더라면 훨씬 많은 분석을 더 빠르게 진행해서 더 좋은 연구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단독저자 논문이라는 흔치 않은 상황에 대한 시선을 걱정했었습니다. 연구자 커뮤니티에 단독저자라는 단어만 검색해 봐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습니다. 각종 언론에 논문 저자권 관련 이슈가 너무 자주 발생하니 제 논문도 다른 조력자가 이름을 숨기고 썼다고 의심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도 들었습니다. 그래도 논문 출판 후 많은 학자분들이 제 성과를 인정해주시고 격려해 주셔서 괜한 걱정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동문님께서는 생명과학과, 생물물리화학과(학생설계전공), 수학과 총 3개의 전공을 이수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서강의 학생설계전공과 다전공제도가 연구와 논문 출판 과정에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제 연구가 다학제 연구였던 만큼 서강대에서 다전공제도와 학생설계전공을 통해 여러 학문을 배웠던 것들을 최대한 활용하였습니다. 먼저, 서강대의 학부 연구생시절 경험과 생명과학과와 화학과의 생화학에서 배웠던 것들로부터 연구의 가설을 떠올리게 됐습니다.


 단백질의 결합에너지를 계산하기 위해 사용한 ‘로제타 에너지 함수’는 물리학을 전반적으로 활용하였습니다. 이후 에너지 분포 분석에 딥러닝 적용은 전산물리학에서 배운 내용이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한, 단백질의 에너지 함수에 대한 세부적인 이해를 위해서는 화학과 유기화학, 생화학, 물리화학에서 배웠던 지식이 필요했고 파이몰과 같은 계산화학 프로그램들을 사용하는 데에는 화학과 실험 수업에서 배웠던 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단백질의 결합을 컴퓨터로 계산하는 도킹프로그램은 수학과 통계학 입문과 확률론에서 배운 통계적 지식, 수학과 지식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데이터 정리에는 통계학 입문과 확률론에서 배운 지식, 그리고 MATLAB 사용법 등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분석한 단백질들에 대한 생물정보학적 분석은 생화학과 학부연구생 시절에 익혀 두었던 기술을 활용하였습니다. 논문 도입부와 논의 부분의 생물학적 의의에는 생명과학과에서 배운 전공지식과 학부연구생 시절 공부했던 내용을 활용했습니다.

  

  

  

최근 전국에서 7명만 선발한 기초학문연구 자연과학분야 국비유학생으로 선발되어 유학을 준비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한 동문님의 차후 목표나 계획이 궁금합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가장 뼈저리게 느낀 것은 아직 공부가 부족하다는 것과 다학제 연구를 하며 이도저도 아닌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보다 다학제 연구가 훨씬 잘 이루어지는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더 자세하게 배우고자 합니다.


 미국에는 다양한 학문을 학생시절부터 배워왔던 학자들이 많습니다. 제가 현재 유학 준비를 위해 연락하는 교수님 중 한 분은 학부 때 전자공학과 수학을 전공하고, 석사 때 생화학을 전공하고, 박사 때 전자공학, 컴퓨터 공학 그리고 생물리를 전공하셔서 여러 생분자들의 기능과 구조에 딥러닝을 적용하는 연구로 사이언스나 네이쳐와 같은 세계적인 논문을 매년 몇 편 씩 쓰십니다. 그 외에도 여러 분야 전반을 걸쳐서 다양한 학문을 배워 오신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저는 미국에 가서 깊이 배워 물리적 모델과 전산 기술을 활용하여 복잡한 생명현상을 계산하고 예측하여 생명과학과 의학 분야에 훨씬 빠르고 광범위한 발전을 이루는데 이바지하고자 합니다. 또한 가능하다면 미국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 국내에 돌아와 연구와 교육환경 변화에도 기여하고자 합니다.

  

  

  

동문님께 서강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저에게 서강대는 다양한 학문을 배울 기회를 제공해주어 저만의 학문적 정체성과 목표를 만들어준 고마운 학교입니다. 국내에 다른 유명한 대학들도 있지만 저에게 이런 기회를 제공한 것은 서강대였기 때문입니다. 다른 학교였다면 제가 이렇게 다양한 학문을 공부하고 혼자 연구하기 어려웠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서강은 현재의 저를 만들고 미래의 저를 그리는 것을 도와주는 자랑스러운 동행자라 생각합니다.

  

  

  

새로운 연구 주제에 대한 연구를 꿈꾸는 서강 재학생∙동문들에게 해주고픈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가 단독연구를 하려할 때 주변에서 많이 만류했던 것처럼 사실 직장이나 학위를 빨리 갖는데 있어서 학생이 새로운 연구 분야를 찾는 건 도움이 안 될 가능성이 큽니다. 아무래도 가장 빠른 지름길은 좋은 멘토가 되어줄 교수님을 찾고 그 교수님이 연구하시는 것을 돕는 게 훨씬 빠른 지름길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제가 직접 연구하면서 느낀 것은 단독으로 연구하면서 배운 것이 정말 많았고 무엇보다 주변을 신경 쓰지 않고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다 시도해보면서 정말 재밌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에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누구든지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여야 한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주어진 길과 교수님의 지도 속에서 성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길을 찾아 나가려는 시도도 성장하여 먼 곳으로 향하기 위한 중요한 경험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논문 URL: https://doi.org/10.1016/j.isci.2023.106911

  

  

 소설 데미안 속 구절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누구든지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여야 한다.’는 말처럼 편한 길이나 빠른 길을 택하지 않고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새로운 연구 분야를 스스로 찾아 연구에 나선 최주영 동문. 새로운 도전을 망설이지 않는 그의 용기가 서강 학우들에게 각자의 꿈에 도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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