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에서의 뜻깊은 인연 문희정 동문(철학 93), 김동진 처장, 정재영 부장의 이야기
작성자 서강가젯(Sogang gazette)
작성일 2023.09.01 14: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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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93학번 홈커밍데이 행사를 준비하면서 본교에 방문한 문희정 동문이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학창시절 도움을 받은 본교 김동진 관리처장과 도서관 정재영 부장에게 은혜를 되갚는 의미로 현금을 전달하였다. 그 후 두 직원이 이 돈을 다시 학교 발전기금으로 기부하며 미담으로 회자되었다. 28년 전 도서관 직원과 근로학생 간의 인연이 학교 기부로 이어진 훈훈한 사연의 당사자들을 서강가젯이 만나보았다.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문희정(철학 93):   안녕하세요. 저는 서강대학교 철학과 93학번이고, 제주 MBC 아나운서로 시작해서 지금은 국제 정치 평론가로 방송하고 있습니다.

김동진 처장:  안녕하세요. 1992년 9월에 서강대학교에 입사해서 교무팀을 비롯한 행정팀 여러 곳에서 일하다가 지금은 관리처에서 관리처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정재영 부장:   저는 김 처장보다 1년 8개월 정도 먼저 입사해 33년동안 도서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올해가 제가 마지막으로 근무하는 해여서인지, 이런 자리가 더욱 의미 있는 것 같습니다.

  

  


▲ (왼쪽부터) 도서관 정보봉사팀 정재영 부장, 문희정(철학 93) 동문, 김동진 관리처장

  

  

  

학창시절 문희정 동문님은 어떤 학생이었나요?


정재영 부장:  말괄량이 삐삐라는 영화의 주인공인 삐삐 같았어요. 학교 도서관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밝고 명랑했던 것 같아요. 저는 문희정 동문과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지도 않았는데 다른 사무실에서 심부름을 해주러 올때마다 큰 소리로 인사하고 얘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되었죠.

김동진 처장:  밝은 모습에 덧붙여서 공부도 열심히 하고 근무도 열심히 했던 학생이었어요. 제가 초임시절에 처음 알게 되었는데 학생이지만 성실하고 훌륭하다는 생각을 많이 가졌죠.

  

  

  

로욜라 도서관에서 근로장학생으로 일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경험은 무엇인가요?


문희정(철학 93):   서로회를 거쳐 간 수많은 학생과의 차이점이 아닐까 싶은데, 저는 신기하게도 도서관에서 근무하면서 또래 친구들보다 사서 선생님, 교직원 선생님들과 주로 어울렸어요. 학교 공강시간을 제외하고 모든 시간에 도서관에서 근무를 했어요. 주말에도 나와서 근무하며 도서관은 제 학창 시절의 대부분이 됐죠. 도서관에서 일하면서 21살 때부터 함께할 수 있고 의지할 수 있는 분들이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그렇게 인생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두 분을 만났던 것 같아요.

  

  


▲ 문희정 동문(철학 93)

  

  

  

지금으로부터 28년 전, 근로장학생으로 일하시면서 김동진 처장님과 정재영 부장님께 도움을 받으신 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당시 상황을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문희정(철학 93):   사실은 그때 굉장히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이었어요. 저는 고향이 부산이고 서울로 대학 때문에 올라온 케이스였는데 가정 형편이 안 좋아서 아르바이트와 수업을 반복하며 학교를 다녀야 했죠. 그 과정에서 어쩌면 많이 어두워지고 부정적으로 변할 수도 있었을 텐데, 너무 감사하게도 제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에 있는 분들이 인생 선배님들처럼 너무 잘 챙겨주셨어요. 굳이 감추지 않아도 등록금을 낼 때 제가 목돈이 없으면 선생님들이 빌려주셨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선생님들도 그 당시에 월급이 많지 않으셨을 텐데 선뜻 빌려주신 거죠. 물론 제가 열심히 아르바이트해서 갚기는 했지만요. (웃음) 두 분은 정신적으로도 제 든든한 버팀목이기도 하셨지만, 경제적으로 힘들 때 친오빠처럼 도와주시던 분들이었죠.

  

  

  

김동진 처장님과 정재영 부장님께서는 어떻게 문희정 동문님께 도움을 주실 생각을 하셨나요?


정재영 부장:  그 당시에 어떤 뜻이나 목적이 있었다기보다 ‘그래야 된다’라는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다만 누가 누구를 도움을 줬다기 보다 우리가 그 당시에 가지고 있던 걸 조금 더 나눈 거라고 하면 될까요? 어떻게 보면 반대급부적으로 희정이도 ‘밝은 이미지와 긍정적인 모습’을 우리에게 준 거죠. 우리가 사실 일상에서는 긍정의 마력을 잃어버리고 사는데, 그걸 다시 일깨워 준 것도 결국은 우리가 받은 거거든요. 그러니까 서로 주고받는 게 있었다고 얘기를 하는 게 맞지, ‘누가 누구를 도와줬다’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김동진 처장:  희정이와 많은 대화를 하면서 때로는 친구 같고 때로는 선후배 같은 가까운 사이가 되었는데, 경제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다는 걸 모른 척할 수가 없었죠. 무엇보다 학생들과 교류하고 대화도 나누면서 서로 이해하며 지낼 수 있는 것은 큰 기쁨인데, 그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 어려움을 돕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거죠. 그리고 서강 공동체의 문화 저변에는 사람에 대한 관심과 배려, 애정을 바탕으로 나누고 공유하려는 마음들이 있거든요. 그런 분위기 속에서 억지로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 문화를 이어갔던 거 같아요.

  

  


▲ 인터뷰 중인 김동진 처장님과 정재영 부장님

  

  

  

어떻게 처장님과 부장님께 받았던 도움을 돌려드릴 생각을 하셨나요?


문희정(철학 93):  제 삶 자체가 늘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살 수 있었던 삶이거든요. 그래서 정말 그동안 받은 것들을 꼭 갚아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어요. 저는 선생님들이 아니었으면 학교 졸업을 제대로 못 했을 것 같더라고요. 이번 93학번 홈커밍데이 행사 준비로 다시 학교를 오면서 제일 먼저 생각했던 사람들이 선생님들이었어요. 그래서 첫 월급을 받았을 때 빨간 내복을 사 가지고 오지 못했으니 뒤늦게라도 선생님들에게 약소하게나마 보답해드리고 싶었어요. ‘나 돈 벌었어요 선생님, 이제 잘 살고 있으니까 걱정 안 하셔도 돼요‘같은 마음으로 드린 것 같아요. 저한테는 선생님들이 사회에서 만난 또 하나의 부모님 같은 존재이거든요.

  

  

  

문희정 동문님이 드린 현금을 다시 본교 발전기금으로 기부하셨는데, 어떻게 그런 결정을 하게 되셨나요?


김동진 처장:  문희정 동문의 마음은 알지만 그 돈을 우리가 바로 받는 건 너무 어색한 느낌이 있었어요. 그래서 사실 처음에 돈을 받고서 ‘얘는 왜 우리에게 큰 숙제를 주지?’라는 생각으로 이걸 어떻게 면 좋을까를 고민하다가 문 동문이 학교에서 홈커밍 행사도 준비하고 있으니 이 친구 이름으로 기부하면 조금 더 의미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정재영 부장:  하나 덧붙이자면 대가를 바라고 했던 일들이 아니니까 그걸 돌려받아야 한다고 당연히 생각하지 않았어요. 더군다나 셋이 어쨌든 만날 수 있었던 건 서강대학교 덕분이잖아요. 셋 다 가장 의미가 있는 것은 서강대학교에 중심을 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침 그런 기부를 하자는 제안이 있었고, 모두 동의했던 거죠.

  

  

  

문희정 동문님께서 이 자리를 빌려 김동진 처장님과 정재영 부장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문희정(철학 93):   한결같은 모습으로 제가 언제 와도 늘 반갑게, 그리고 무엇보다 제 딴에는 인생의 쓴맛을 보고 실패를 하고 축 처져서 돌아왔는데도 선생님들은 그냥 제가 어떤 모습이든 상관없이 그냥 문희정 그 자체로 믿고 지지해 주시는 분들이었어요. 사실 그렇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고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건 엄청난 행운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차원에서 저는 두 분께 늘 너무 감사했어요. 제가 맨날 선생님들한테 틱틱대기는 하지만 애정이고 사랑해서 그러는 거예요. (웃음) 좋은 마음으로 함께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선생님들이 은퇴하시고도 계속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 로욜라 도서관 만레사존에서 인터뷰를 진행 중인 모습

  

  

  

꿈을 향해 달려나가는 서강대 후배들,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문희정(철학 93):  저는 본인이 찾으려고만 하면 도와줄 사람들과 일은 항상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스스로 포기하지만 않으면 되는 거거든요. 서강이라는 곳은 제가 이렇게 도움을 많이 받았듯이 항상 학생들을 도와주려는 학교에요. 그러니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꼭 서강에서 본인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과 일을 찾기를 바란다고, 서강대생들을 위해서 준비된 이 캠퍼스를 완벽하게 다 누리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우리 후배들은 서강과 스스로를 믿고, 재미있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정재영 부장:   꿈이라는 단어와 달려 나간다는 문장 속에는 넘어질 수도 있고 쓰러질 수도 있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면 또 좌절할 수도 있을 텐데, 문희정 동문처럼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잘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주위를 둘러보면 의외로 같이 걸어가 줄 사람들이 있거든요. 서강은 그런 제도나 사람들이 늘 존재하는 곳이기 때문에 문을 열고 들어와서 도움을 청했으면 좋겠어요.

김동진 처장:  나뿐만이 아니라 나와 관계된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며 살아가겠다는 마음을 갖고 꿈을 찾아갔으면 좋겠어요. 선한 영향력이라는 것은 비단 남에게만 주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에게 주는 것도 되게 중요하거든요. 본인에게 그 선한 영향력을 미치려면 스스로에게 좋은 얘기들을 해줘야 해요. 그리고 내가 속한 직장, 친구, 가족 등 어떤 관계에서도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지향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오히려 하나의 꿈을 정해서 이루는 것보다 스스로 발견하고 성취해 나갈 수 있는 부분이 훨씬 많을 거에요.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세 분은 단순히 스승과 제자가 아닌 ‘가족’, 그리고 서강대학교는 ‘집’이라고 느껴졌다. 언제든 돌아와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 다시 나아갈 힘을 주는 곳이 서강이라고 생각했다. 28년의 세월을 이어온 뜻깊은 인연처럼 아름다운 서강의 사연들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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