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무역과 함께한 '활자의 해방과 지식의 건국, 해방건국기 ‘대성출판사’와 활판의 기억展' 전시
작성자 서강가젯(Sogang gazette)
작성일 2022.08.05 16:49:05
조회 1,108



  

 “36년간 일제에 빼앗겼던 우리 역사와 문화, 그리고 말과 글을 다시 소생시키는 데 36년이 더 걸릴 것이므로,우리 문화를 되찾는 일을 하는 출판 사업은 애국하는 길이자 민족 문화의 밑거름이다.” 일제 강점기에 독립운동과 계몽 운동을 벌인 한학자이자 역사학자였던 위당 정인보의 말은 해방 이후 출판사들이 가진 정신을 잘 나타낸다. 해방 공간에서 지식의 폭넓고 활발한 확산과 민족 문화의 발전을 위해 앞장선 대성출판사의 발자국을 서강가젯에서 따라가보았다.

  

  


▲ 로욜라도서관에서 진행된 『활자의 해방과 지식의 건국 : 해방·건국기 ‘대성출판사’와 활판의 기억展』 전시회

  

  

 지난 7월 1일 (금)부터 29일 (금)까지 서강대학교 로욜라도서관에서 『활자의 해방과 지식의 건국 : 해방·건국기 ‘대성출판사’와 활판의 기억展』 전시회가 진행되었다. 서강대학교 트랜스내셔널인문학연구소와 로욜라도서관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영원무역과 한국연구재단이 후원한 이번 전시는 해방·건국기 문화 발전에 앞장섰던 대성출판사(大成出版社)와 출판업계의 사회적 역할을 재조명하기 위하여 기획되었다.


 7월 1일 (금), 전시회 첫날에 진행된 전시회 기념식에는 심종혁 총장과 보직자를 비롯하여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 성래은영원무역홀딩스 사장, 김학원 한국출판인회의 회장, 신숙원 명예교수(전 도서관장) 등 주요 인사가 참석하여 자리를 빛내 주었다.


 영원무역 성기학 회장은 기념사에서 감사의 뜻을 표하며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해방기 시대 출간된 책들에 담긴 해방공간의 시대적 비전과 그 비전이 당대 독자들의 일상 안에 뿌리내리는 모습을 생생하게 체험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우석(愚石) 성재경 회장이 설립하고 발행인으로서 운영한 대성출판사는 1946년 설립되어 1950년 초까지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총 41종의 책을 발간하였다. ‘해방 공간’으로 지칭되는 1945년 8월 15일부터 1950년 6.25 전쟁 발발 전까지는 바야흐로 출판 홍수의 시대였다. 한글로 된 책을 자유롭게 펴내고 읽을 수 있게 되면서, 지식 습득 욕구가 커지고 교육열이 높아져 책에 대한 수요도 급증했기 때문이다. 광복이 곧 책의 해방이자 출판의 광복이었다.


 대성출판사는 영리 추구보다는 지식의 대중적 전파에 앞장선 출판사 중 하나였다. 문학, 역사, 철학, 사회학, 정치학, 자연과학, 심리학, 아동서, 실용서까지 다양한 분야의 도서를 출간하며 좌우 이념 대립이 극심했던 당대 현실 속에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을 유지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전시회는 총 4개의 섹션으로 구분되어 해방 이후 대성출판사의 업적과 당시 학문과 문화적 가치의 저변을 넓힌 15권의 책이 전시되었다.



▲ 전시회에 전시된 저서

  

  

 첫 번째 섹션 ‘우석 성재경 선생과 출판’에서는 성재경 선생이 대성출판사 설립을 통해 어떠한 사회적 비전을 실현시키고자 하였는지 엿볼 수 있다. 성재경 선생이 출판사를 설립한 것은 ‘적선지가(積善之家)’를 표방하며 사회사업에 앞장섰던 창녕 성씨의 가풍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성재경 선생의 부친 성낙안과 당숙 성낙성은 1920년 지양강습소를 설립 및 운영하며 신식 교육을 제공했는데, 성재경 역시 선친의 뜻을 이어받아 광복 후 지포중학교를 짓고 아이들을 가르쳤다. 대성출판사의 설립은 이러한 교육사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식의 확산을 꾀하고, 민족 문화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함이었다. 대성출판사의 설립 배경과 함께, 도서로는 사회 및 문화 전반의 문제를 폭넓게 다루면서 신생국가의 미래 비전을 제시한 철학자 최재희의 ‘우리 민족의 갈 길’, 최문환의 ‘근세사회사상사’, 두브로브스키의 ‘농민과 혁명’, 연암 박지원의 ‘도강록’이 소개되었다.



▲대성출판사가 출간한 번역서들

  

  

 두 번째 섹션 ‘해외 지식의 수입’에서는 번역서가 많았던 해방기 출판의 특징적 양상을 볼 수 있다. 해방 이후 번역서가 많이 출간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일차적으로 갑작스럽게 해방이 이루어지면서 한글로 된 제대로 된 글이나 책을 쓸 수 있는 필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했으며, 일제에 의해 가로막혔던 서구 지식 및 문물의 빠른 보급을 위해서 번역이 시급하였다. 무엇보다 해방 직후 지식인들의 관심사가 정치에 집중되어 있었는데, 민주주의나 마르크스, 엥겔스의 유물사관 등 자신들의 정치적 신념을 적극 홍보하기 위해 대중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자료가 필요하였다. 대성출판사에서는 당대 학계 및 문화계를 이끌었던 최고 전문가들과 함께 번역 및 출간 작업을 하였다. 귀스타브 르 봉의 ‘군중심리’, 레닌의 ‘유물론과 경험비판론’, 쑨원의 ‘삼민주의’, 톨스토이의 ‘부활’ 등의 번역서를 출간하였으며, 위의 도서 모두 이번 전시회에서 전시되었다. 특히 ‘부활’의 경우 1898년 첫 출판 당시 제정러시아에 의해 4분의 1가량 삭제되었다가 1918년 비로소 복원 및 출간된 러시아어 원본을 최초로 한역해 그 의미가 깊다.



▲가로쓰기 인쇄 방식으로 출간된 국내 저자의 저서들

  

  

 세 번째 섹션 ‘해외 지식 토착화와 자색 학문 발전의 노력’에서는 한국인이 쓴 동학에 대한 최초 학술서로서 동학농민운동을 민중운동이자 사회혁신운동으로 재평가한 역사학자 김상기의 ’동학과 동학란‘과 김두헌의 ‘윤리학 개론’, 김봉집의 ‘자연과학론 1권’이 전시되었다. 해방 이후 외서의 번역이 아닌 국내 저자들의 책 출판을 위한 노력도 이어졌는데, 대성출판사에 나온 국내 저자의 출판물 중에는 당시로서 혁신적이었던 가로쓰기 인쇄 방식을 취한 것이 많다. 이러한 인쇄 방식을 취한 도서들도 전시회에 전시되었다.


 마지막 네 번째 섹션 ‘책이 있는 일상의 풍정’에서는 박영희의 ‘육아수첩’과 권중휘 외 2인의 ‘Modern College English Reading’, 이제훈의 ‘논리학’이 전시되었다. 박영희의 ‘육아수첩’은 영아기부터 학령기에 이르기까지 육아에 필요한 실용적 정보를 망라하는 동시에 독자가 직접 자신의 관련 경험들을 메모할 수 있도록 구성한 실용서로, 현재 사용되는 육아서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을 갖추어 소장하는 것은 책을 읽는 것만 못하고, 책을 읽는 것은 책을 펴내는 것만 못하다. 독서는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지만 출판은 남을 이롭게 한다. 위로는 작가의 정신을 오래도록 기리고, 아래로는 후대의 수양을 적셔 주고 학문으로 이끄는 데 혜택을 주니, 그 길보다 더 넓은 것이 있을까.’ 자신의 방대한 장서를 바탕으로 여러 총서를 펴낸 중국 청나라의 장해봉(1755~1816)이 말한 발행인의 소명이다. 발행인으로서 민족 문화의 발전과 지식 전파에 역할을 다했던 우석 성재경의 정신을 기리며, 대성출판사가 가진 높은 학술적, 문화적 가치와 의미가 앞으로 더 널리 알려지길 서강가젯이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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